Poster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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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협동조합에서 나는 사람(人)을 배웠다.

박 인 범

Ⅰ. 설립 전(2015년)

매점 만들어요.

6월 어느 날 갑자기 더워진 탓에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무단 외출을 하는 학생이 엄청 많아졌다. 학생회 바른생활부원 아이들이 통제 안 된다고 칭얼거리는 목소리가 안쓰럽다. 어찌 보면 이건 일탈 행위가 아닌데... 얼마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으면 아이들이 저러나... 안타까운 마음에 "학생회 차원에서 아이스크림 공동 구매를 통한 특별 이벤트를 해 볼까?" 라고 하니 한 녀석의 뜬금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매점 만들어요. 아님 자판기라두요."라고 툭 던진다. '어림없는 소리'라고 하고 싶었지만 짜증 섞인 말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이 대답을 한 녀석은 결국 매점 설치를 공약으로 차기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이 되고 새로운 학생회 임원들과 함께 공약 지키기에 필요한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2. 자판기는 어떨까요?

학생회 임원들은 매점 설치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래 전 기물 파손으로 인한 간이 매점의 폐쇄 전례가 있고 협소한 학교 공간 때문에 입지가 쉽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자판기 설치를 조사하여 '이건 가능하겠다'라는 확신을 갖고 9월 말 교장선생님과의 간담회에서 요구를 하게 된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매점 설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공개 입찰을 통한 매점 입점, 자판기 설치 모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하시며 더 좋은 방안을 모색하자는 뜻을 전달하셨는데 아이들은 수용 불가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절망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때 아이들은 한마디 하고 싶었을 것이다. "매점이 힘들면 자판기 설치라도 해 달라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요?"

선거 공약(매점 설치)

자판기 설치 계획서

교장선생님과의 간담회

3. 다른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학교협동조합

10월 7일 학교협동조합 설명회가 용인교육지원청에서 있다며 교장 선생님께서 같이 가자는 연락이 왔다. 순간 '혹시 학교협동조합을 만들자고 하시는 거 아냐? 이게 내 업무가 되면 힘들텐데...'라는 생각이 스쳐가며 학교협동조합이 우리 학교에는 시기상조라는 나름의 논리를 준비하고 출장에 임했다. 도착하니 "선생님~역시 오셨군요."라며 반기는 분이 계셨다. 지속가능발전교육 연구원으로 활동할 때부터 도움을 주셨고 사회적경제 워크북 제작 관계로 꾸준히 뵈어왔던 용인시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양은선 팀장님이었다. "선생님~ 매점 말고 다른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학교협동조합 하나 만드시죠." 라고 제안하는 팀장님의 말씀에 나는 "다른 모델이요? 뭘까요?"라고 반문했더니 돌아오는 답은 "선생님 머리 속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잘 만드실 겁니다."였다. 그날 연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다른 모델이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만 키운 채 내 머리 속은 한없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4. 내후년을 기약하며

"학교협동조합으로 매점을 만드는 건 어떨까?" 돌아오는 차 안에서 교장 선생님이 툭 던지신 말씀이다.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시기상조입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아직은 어려운 일이지."라고 하신다. 용인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지역사회의 성격을 잘 알던 터라 나름대로 분석하여 조목조목 설명을 드리니 "그럼 다른 학교들이 만드는 거 보고 내후년쯤 다시 생각해보자."라고 결론짓고 돌아왔다. 아이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모든 것은 시기와 여건이 갖춰져야한다는 것을 먼 훗날 이해해주리라 믿으며...

5. 마을교육공동체 리더 과정 연수

10월 16일부터 11월 21일까지 마을교육공동체 리더 과정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난 경기도교육청에 마을교육공동체기획단이 출범한 이후 기초 연수 과정, 월례 강좌에 꼬박꼬박 참여하며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마을교육공동체를 접하고 실행해보는 기회를 갖고 싶어 이 연수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연수 대상이 교사에 국한되지 않고 학부모 및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과 함께 미래의 교육에 대하여 희망을 갖고 설계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으며 대부분 자발적인 참여자들로 구성되어 열정이 남달랐던 연수 경험이었다. 마을 자원을 조사한 후 프로그램 설계, 실행까지 5주 만에 해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음에도 팀원들의 열정과 추진력이 작용하여 보람있게 마칠 수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영역의 행정에 막막해하던 용인교육지원청 담당자들과의 끈끈한 유대 관계가 형성되어 지금까지도 학습 동아리를 조직하여 꾸준히 함께 가고 있다. 연수 과제로 쓴 당시의 글에는 훗날 학교협동조합을 만든다면 민관학이 함께 하는 마을교육공동체의 플랫폼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조직이었으면 한다고 쓰여 있는데 아마도 현암고 학교협동조합의 목표는 이 연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리더 과정 연수 흐름도

교육지원청과 연수단의 만남

실행 사례 나눔

6. 현실로 다가온 학교협동조합 설립

11월 말 마을교육공동체 리더 과정 연수에 팀원으로 함께 하셨던 흥덕쿱 박은진 이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현암고에도 학교협동조합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경기도교육청에서도 궁금해한다는 내용이었다. 교직원 연수 시간에 학교협동조합에 대한 연수를 받기로 하고 장학사님과 일정을 조율하여 12월 10일 연수를 받게 된다. 연수 후 교장선생님께서 저에게 "내년에 학교협동조합 공모가 있으면 지원하고 만약에 선정된다면 설립 추진에 관련한 모든 아이디어를 맡길테니 겨울방학 때 준비해서 추진해 봅시다."라고 말씀하셨다. 반신반의했지만 운명적 흐름은 어찌할 도리가 없나보다. 겨울방학 때 쉼표형 꿈의 학교 '드림로드스쿨' 꿈지기(멘토)를 맡아 아이들과 전국을 여행하며 꿈을 찾아간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던 터라 학교협동조합 설립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7. 지혜를 모으기 위하여

공모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학교협동조합의 설립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겨울방학 시작 전에 대략적인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학생회 임원들과 사회적경제 동아리 학생들에게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협동조합'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교장 선생님과 회의를 통하여 내린 결론은 1층 청람관(다목적실)을 주 공간으로 하되 매점, 북카페, 소공연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하고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이용 가능하며 지역 사회에 개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꿈이룸배움터(현 몽실학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학교협동조합에 적용하면 매점에 국한되지 않는 특별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방학동안 학생들은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 물품 조사, 타 학교 사례 조사 등을, 학부모 및 교사는 설립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며 겨울방학을 맞이하였다. 다가오는 2016년 바쁘겠지만 열심히 해보자. 기대된다.

학교협동조합 연수

학교협동조합 발기인 모임

꿈이룸배움터 활동

Ⅱ. 설립 시기(2016년)

1. 순탄치 않았던 시작

겨울 방학이 끝나고 방학 동안에 학생들에게 당부한 사항을 점검하였다. 예상 외로 아이들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공간을 만드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었고 이 활동들이 얼마만큼 대학 진학에 보탬이 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공간을 만들어가는 행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추진하는 경험이 필요했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가 못했다. 또한 모든 행동을 생기부와 결부시키는 것도 걸림돌이었다. 난 학교협동조합이 아이들의 진학이나 스펙에 도움을 주기 위한 조직으로 존재하는 것을 매우 반대한다. 마을교육공동체의 플랫폼으로서 학교협동조합은 아이들의 진로와 사회생활에 보탬이 되는 지혜를 배우고 더불어 사는 삶을 경험하는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할지 모르나 협동조합은 원칙이 있고 이에 반하는 활동이 주가 된다면 존재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생기부 기재는 담당 교사가 도와주지 않는 대신 활동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담임선생님을 통해 기재하고 필요하다면 내가 검토해주는 것으로 공지를 하였다. 이후에도 생기부와 관련된 이견과 갈등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의견 수렴과 수용도 중요하지만 학교협동조합의 존재 가치와 목적에 위배되는 것은 담당교사로써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합원 탈퇴를 하겠다는 아이들이나 학부모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자발적 조직으로써 협동조합이 존재하기에 같이 할 의미가 없다면 역시 자발적으로 탈퇴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발기인으로 참석했던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도 지속적으로 설립 및 운영에 동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3학년 학부모, 학교 업무의 과중 등이 이유였다. 그래서 창립총회 이후 조합원 활동 및 유지는 본인의 선택으로 존중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설립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다. 애당초 학교협동조합의 설립이 시기 상조라고 보았던 이유가 표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고 내 자신도 설립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없었던 시기였으니까... 힘차게 시작해야 할 새 학기에 많은 과제와 고민을 안고 출발해야했었다. 자발적인 조직, 즐거운 배움이 가득한 학교협동조합이 이렇게 요원한 것일까ㅠㅠ 사람은 떠나더라도 마음이 떠나서는 안 될 텐데...

2. 반전을 기대하며

함께 할 사람이 부족한 가운데 그래도 의지 있는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행동을 시작하였다. 홍보 피켓도 제작하고 몇몇 아이들은 요리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 활발하게 활동하겠다고 준비하고 있었다. 문제는 어른이었다.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면 실질적 운영을 담당하는 주체가 필요한데 이 조합이 쉽지 않았다. 우선 학부모 총회 때 학교협동조합 설립을 홍보하여 함께 할 분들을 모집하고 이후 2주간 설립동의자(조합원)을 모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설립 매뉴얼을 정독하면서 궁금한 부분은 교육청이나 운영교에 질문을 통하여 해결해갔다. 정관이나 사업계획서도 혼자 만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추후에 동참하는 학부모님들께 확인 및 설명을 통하여 창립총회 자료를 만들고 문제점이 있으면 수정하여 해결해가고자 하였다. 남양주 별내고와 함께 학교협동조합 설립 시범교로 지정된 것을 기뻐해야 했으나 마음의 여유가 없던 시기였다. 이 때 만난 별내고 김정숙 선생님은 여러 모로 나를 도와주고 응원하며 학교협동조합의 운영을 함께 공유하는 고마운 분이다. 사람이 중요하다.

3. 10분의 반전

학부모 총회 때 학교협동조합 홍보로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강렬하게 전파되어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모집할 수 있는 전략이 중요했다. 전달한 메시지는 세 가지였다. 첫 번째, 행복한 학교가 되기 위하여 학부모님들께서 교육의 주체로 서달라는 것, 두 번째, 학생이 조합원에 가입하겠다고 할 때 학부모로써 적극 지원해달라는 것, 세 번째는 궁금한 점이 있으면 늦은 시간도 좋으니 전화 및 직접 방문해달라는 것이었다. 다음 날 한 학부모로부터 네 명의 아머님과 함께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설립의 동반자로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 하시며 지금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연정민 이사장님과 학부모 이사님들의 만남이 이 때 이뤄진 것이다. 이후에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가입을 하여 결국에는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 주민 등 100여명의 조합원(설립동의자)와 함께 4월 20일 창립총회가 성사되었다. 자리를 빛내기 위하여 요리 동아리 학생들이 손수 만든 쿠키는 자발적인 정성으로 박수받기에 충분했다. 학부모 총회의 10분이 학교협동조합의 설립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홍보 피켓

정성이 담긴 쿠키 반죽

창립총회

4. 독서토론 모임

창립총회를 거쳐 학교협동조합을 이끌어 갈 주체의 조직이 갖추어졌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인데 학부모님들께서 자발적인 독서토론 모임을 시작하겠다고 하신다. 우선 협동조합, 사회적경제, 마을교육공동체의 도서를 선정하여 주1회 독서토론 모임을 갖고 여건이 되면 인문학 강좌, 마을 탐방을 병행하겠다고 하시는데 이사장님은 수년전부터 관련 모임을 운영해 온 경험이 있으신 베테랑이셨다. 다른 학교의 예를 보더라도 함께 공부하는 정기 모임은 매우 중요한데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하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어른이 먼저 보여주면 아이들도 따라서 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때 정기적인 모임을 가진 10명의 학부모님들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과 같다는 표현을 이사장님께서 쓰실 정도로 소중한 분들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분들이 학교협동조합 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되찾고 미래의 인생을 설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내 아이를 넘어 우리의 아이로 학생들과 만나는 일이 이렇게 뿌듯하고 보람된 일인 줄 몰랐다며 '협동조합은 중독'이라는 말씀을 아직까지 하신다. 독서토론 모임의 유일한 청일점이신 신동협 아버님은 협동조합이 구성원들의 자발적 결사체인데 매점을 운영함에 있어서도 조합원 스스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매점 매니저를 자청하셨다. 학부모로써 아들과 함께 출근하시고 같이 퇴근하는 일상이 즐겁다고 하신다. 이게 행복 아닐까?


독서토론 학부모 조합원과 교육감님과의 한 컷

북카페를 꾸미기 위해..

매니저님의 특별 의상

5. 벤치마킹

4월 중간고사 기간에 서울에 있는 학교협동조합을 개인적으로 탐방하였다. 경기도 이외의 지역에서는 어떤 형태로 운영될까 하는 궁금함이 있어 삼각산고를 사전 연락도 없이 방문하였다. 그냥 가볍게 보고 서울 나들이를 할 요량으로 갔었는데 하필 그날이 정기총회라 모든 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다. 바쁜 와중에도 환영한다며 맞이해주신 장이수 이사장님은 내가 궁금해 하는 부분을 자세히 안내하고 설명해주셨다. 매점은 지극히 평범했으나 정작 놀라웠던 것은 조합원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매니저는 매점 운영, 청년 활동가는 학생들의 활동에 도움을 주며 참신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온 과정이 나로서는 마냥 부러웠다. 현암고 학교협동조합의 방향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삼성고의 사례가 비슷할 거라며 바로 연결해주셔서 저녁때는 삼성고 학교협동조합 김혜정 이사장님도 뵙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두 학교 모두 지역과 함께 하며 혁신적인 마인드로 학교협동조합을 이끌어가는 것은 공통 분모였고 이 분들을 통하여 전국에 있는 학교협동조합과의 교류가 가능해 질 수 있었다.

6. 지역과 함께

장이수 이사장님의 권유로 전국학교협동조합 밴드에 가입을 하니 곧바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용인시협동조합협의회 최봉규 사무국장님이었는데 지역과 연계하는 학교협동조합 활동을 지원하고 싶어 하셨다. 4월은 만사형통의 달이었다. 오랫동안 고민해 온 부분이 척척 이뤄지는 것이... 5월 첫 주 학부모 독서토론 모임에서 상견례를 하고 학생 조합원 교육, 지역 행사 참여 등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해 주셨다. 봉사 활동을 통해 학교협동조합을 지역에 알리고 운영에 필요한 인맥을 연결해주셨으며 마중물 꿈의 학교를 통해 학생들의 사회적경제 교육까지 담당해 주신 고마운 분이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것은 늘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지만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역시 사람이다.

삼각산고 학교협동조합 목적

삼성고 학교협동조합

사회적경제 교육

7. 설립 행정 절차

학교협동조합을 담당하면서 가장 번거롭고 자괴감이 드는 과정이었다. 교사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접해보지 못한 생소한 절차이고 만나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사무적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사실 난 설립 행정 절차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인감, 공증, 실사, 등기 등은 나의 자유로운 사고에 도움이 안 되는 용어들이니까ㅎㅎ.. 우리 조합은 행정 절차를 법무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준비했다. 조합원을 모집할 때 대부분 1좌(만원)씩 내는 것을 권장했기 때문에 출자금이 많지 않았고 쉽게 할 수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아주 까다로웠다. 학부모님들도 행정에 익숙하지 않으셔서 도움을 받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학생 조합원의 양부모 인감증명서를 수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머님은 인감증명서를 쉽게 제출하는데 아버님은 제출할 수 없다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창립총회를 마친 시점에서 양부모의 인감증명서가 제출되지 않은 학생을 제외시킨다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나는 이 갈등을 신뢰로 풀어야한다고 생각하고 학생 조합원 학부모님들과의 간담회를 추진하였다. 다소 비협조적인 학부모님들도 설립 절차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협조를 부탁드리니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셔서 어려운 행정 절차도 해결할 수 있었다. 협동조합이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면 설립도 모두가 힘을 합쳐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경험이었다. 사람은 빠른 길로 쉽게 가기를 원하지만 건너 뛸 수 없는 과정을 하나하나 해결해가며 우리들은 협동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행정 절차의 어려움이 있을 때 인간적으로 도움주시고 조언해주신 사회적 협동조합 '사람과 세상' 염기석 과장님께도 감사드린다.

8. 학생 활동

조합원으로 가입한 학생들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부모님의 권유, 봉사활동 기회, 진학에 도움이 되니까 등등..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고 가슴 뛰는 기대감이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자발적인 참여,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도전에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현실이 안타까워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학생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제도가 아닌 자신감과 동기 부여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교육, 행동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학생들이 협동조합의 주체가 되기 위한 제반 교육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지고 동아리 활동을 통하여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면 비로소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어쨌거나 현암고는 협동조합의 이해가 불충분한 현실 속에서 극소수의 열정적인 아이들과 함께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부터 사회적경제 동아리를 해왔던 아이들 대다수가 3학년이어서 공간이 마련되기 전이었던 1학기 때는 캠페인, 지역 행사, 홍보 활동, 체험 학습 등을 3학년 아이들이 주로 참여하였다. 이러한 프로그램도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는 가운데 늘 교육의 철학을 함께 공유하고 활동해 온 정인수 선생님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학교협동조합 설립을 담당하는 선생님들께 꼭 당부하고 싶다. 같은 학교에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동료 교사가 큰 힘이 된다고 말이다. 공간이 완성된 후인 2학기부터는 1,2학년 학생들이 주가 되어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역시 아이들은 좋은 환경이 갖춰져야 움직이나보다.

바른 먹거리 캠페인

사회적경제 나눔 장터

사회적경제 한마당

9. 공간 조성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행정실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실 행정실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업이 그다지 환영할 일은 못 된다. 업무가 증가되는 것은 물론 흔하지 않는 일을 추진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암고의 경우도 처음에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공사를 하기 위한 절차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협조를 부탁하고 업무를 조율할 것인지도 난감하였다. 그래서 내가 행정실에 어떤 부분을 해줬으면 좋을지에 대해 행정실과 협의를 하고 서로가 감정적으로 부딪히지 않는 가운데 호의적인 관계로 지속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간식이 생기면 행정실에 가서 티타임도 갖고 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니 행정실에서도 내 업무를 덜어주기 위해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설립 업무의 분업화가 이뤄졌다고 본다. 즉, 공간 조성은 교장 선생님과 행정실, 교육 활동은 담당 교사, 운영 준비는 학부모가 담당하는 업무 분장이 자연스레 이뤄진 것이다. 또한 학교협동조합이 독립된 공간을 가진 법인이지만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공조 의식이 생겨나 임대료의 부담도 확 줄일 수 있었다. 공간 설계 및 공사를 담당한 업체인 '아이디어 수'도 회사의 수익보다는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여주시고 학교 축제 때는 교육 기부로 페이스페인팅, 커피 바리스타 프로그램까지 운영해 주시며 중요한 행사를 빛내주셨다. 이렇듯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협력이 있게 마련이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전략과 기술이 아닌 진심어린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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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협동조합 공간을 만들기 전과 후

10. 말레이시아 국외정책연수

8월 14일부터 19일까지 국외정책연수로 말레이시아를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경기도교육청 담당 부서 직원, 교사, 교육지원청 업무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연수단은 여행을 통하여 모처럼 업무에서 벗어나 친분을 돈독히 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약속하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말레이시아였지만 협동조합을 통해 삶에 필요한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고 졸업 후의 사회생활이나 진로 선택에도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통된 목표였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과 추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후 행사나 교육에 늘 같이 참석하며 즐거웠던 추억을 우리는 종종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함께 나눈다. 타 학교와의 교류, 협동조합간의 협동이 이 연수를 계기로 시작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 국외연수단

말레이시아 학교협동조합 매점

학생들이 운영하는 도서관

11. 타 학교와의 교류

설립 행정 절차, 공간 조성이 마무리 되고 2학기를 맞이하면서 매점 개소와 부차적인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학부모나 교사는 자체적으로 학교협동조합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으나 학생들은 방문할 기회가 없던 차에 8월말 복정고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 학교 전민경 선생님은 말레이시아 연수를 함께 다녀오면서 친분이 생겼는데 교원 이사를 3년째 하며 학생이 중심이 되는 활동을 이끄는 분이었다. 학생들은 복정고 학생 조합원들과 모둠을 이루어 대화를 나누고 학부모님들은 매점 매니저님을 통해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얻게 되었다. 한 번의 방문이었지만 모두들 이제는 운영을 시작해야 한다는 자극을 받고 온 시간이었다. 이후 두 학교가 연합하여 홍동마을 탐방, 교육협동조합 워크숍, 졸업생 멘토 특강, 전국학교협동조합 연합 행사 등 서로가 협력하여 활동할 기회를 늘려가고 친목을 다지는 경험이 주어졌다.

지속적 교류를 위해

홍동마을 탐방

복정고 졸업생과의 만남

12. 운영을 위한 노력

복정고 방문 후 학부모 조합원들은 서둘러서 매점 개소를 위한 준비에 몰입하셨다. 지역에서 협동조합 활동을 해 오신 분들의 도움 아래 공급 업체 선정을 비롯하여 매장에 갖추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 우선 먹거리는 친환경 음식을 기본으로 하되 선호도가 떨어질 경우 회의를 통하여 물건을 바꾸기로 하였고 운영 시간은 학교 일과 시간으로 정했다. 주위 상점에 피해를 주지 않고 최대한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는 취지에서 물품과 영업시간을 설정한 것이다. 학교에서 판매가 힘든 물품은 북카페 공간에서 특별판매 행사를 통하여 수익금은 전액 학교협동조합에 기부하기로 하였고 당분간은 학부모가 주최하다가 서서히 학생들도 참여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분과 선정도 경영 분과와 교육 분과로 시작하여 조합의 필요와 자발적 활동에 따라 신설해가기로 했다. 협동조합 로고와 이름은 매점에 국한하지 않고 협동조합의 의미를 담는 것으로 공모하여 가장 많이 선호한 '두레바우'가 선정되었으며 이에 대한 보상은 매점에서 파는 모든 물건을 상자에 담아 함께 나눌 수 있게끔 구성하였다. 협동의 의미를 보상에도 적용하겠다는 취지이기도 했다.


물품 선정 회의

조합원 교육 홍보물 제작

학교협동조합 이름 공모

13. 토크콘서트, 마을과 함께 한 축제

매점 개소 날짜를 10월 17일로 정했다. 9월 한 달 간 학부모님들은 독서토론 활동을 잠시 접어둔 채 매점 개소 준비에 박차를 가했으며 나는 10월 21일 토크 콘서트와 10월 28일 학교 축제 준비에 몰입하였다. 두 행사 모두 마을과 함께하는 축제를 지향하며 학교에서 큰 틀을 정해주면 학생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하였다. 교육감님께서 방문하시기로 한 토크콘서트는 학교협동조합 공간 활용 가능성을 시도하는데 중점을 두고 행사를 위한 기획보다는 기존에 해 왔던 교육활동을 접목시켜 보았다. 학생들이 설립 과정을 UCC로 제작하고 교내 정기 행사였던 작은 음악회를 축하 공연으로, 진솔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토크 콘서트를 메인으로 구성하며 현암고 학교협동조합의 성공적 출발을 다짐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어떤 행사든 행사 준비를 하는 과정이 본 행사보다 훨씬 고달프다. 하지만 나는 이 시기에 두 행사를 준비하며 하루하루가 행복했었던 거 같다. 학교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지역과 함께 하는 교육 활동이 가능해지며 아이들은 쾌적한 공간에서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리라.. 퇴근은 매일 늦었지만 대지산 자락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오늘도 행복했다고 되뇌이던 날들이었다. 행사는 모두가 축하하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데 충분했으며 학교 축제도 지역의 성원과 참여에 힘입어 볼거리가 풍성한 알찬 행사였다. 리더가 전두지휘를 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동참한 행사여서 기쁨은 배가 되었던 것 같다. 토크콘서트에서의 교육감님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제가 여러분들의 학교협동조합 개소 행사에 오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작은 음악회

토크콘서트 후 단체 컷

마을의 재능 기부

14. 교육 기부 활동

매점이 개소되니 아이들의 표정이 상당히 밝아졌다. 넓은 공간 덕에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려와도 번잡하지 않았다. 북카페에서 냉동 만두, 빵, 과자, 음료수를 삼삼오오 나눠 먹는 모습이 화목해 보인다. 그러나 경영은 현실이다. 매니저님 한 분으로 많은 학생들을 감당하기 힘들어 학부모님들이 번갈아가며 도움을 주기로 하셨다. 아침을 먹지 못하고 오는 아이들한테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냉동 만두인데 렌지가 두 대밖에 없어 아이들의 불만이 많았다. 개소 3주가 지나자 단순한 품목 때문인지 이용 빈도가 줄어들고 무단 외출을 하는 아이들이 다시 생겨났다. 어른들끼리 임시 회의를 열어 내린 결론은 경영이 안정화될 때 까지는 시설에 대한 투자가 어려우므로 주위에 뜻있는 분들에게 기부를 받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선호도가 떨어지는 먹거리는 교체하되 영양가 및 성분을 꼼꼼히 따지고 학생들의 시식 및 평가 과정을 반영하여 결정하기로 하였다. 또한 조합원이 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강사비를 지급할 자금이 마련되기 까지는 교육 기부 형식으로 운영하기로 하였다. 보상이 주어지지 않고 누군가에게 기부를 한다는 것은 순수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현암고 학교협동조합이 왜 기부 활동, 교육 프로그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협동조합은 목적성이 뚜렷해야 한다. 현암고 학교협동조합의 목적은 매점 운영을 통한 먹거리 문제 해결이 아니라 '지역과의 상생, 교육자치 실현'을 모토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본이 필요하며 학생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장소로 매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정관에도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조합 활동을 통하여 교육 구성원이 공동체 속에서 스스로 배움을 찾아갈 수 있는 자치 배움터의 지속적인 운영비 확보와 마을교육공동체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타 학교 협동조합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점은 매점 운영 이외의 활동이 미비할 경우 조합원의 만족도 및 소속감이 낮아진다는 것이었다. 또한 현암고 학부모님들은 전업 주부의 비율이 높고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이 많은 편이라 교육 기부 활동은 지역에 학교협동조합을 알리고 조합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동안 다양한 주제로 인문학 강좌, 체험 활동 등이 이뤄졌으며 강사는 학부모 조합원 또는 조합의 목적성에 공감하는 분을 모셨다. 협동조합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네트워크가 생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매점에서의 즐거운 시간

학부모 캘리그라피 강좌

표창원 의원의 진로 특강

15. 조력으로 공생하기

학교협동조합 설립 과정을 거치며 협동조합 7원칙 외에 추가해야 할 원칙이 어떤 게 있을까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원칙은 아니더라도 제언을 하자면 첫째, 협동조합은 정량적인 잣대 또는 외형으로 성공 여부를 평가해서는 안 되며.. 둘째, 경쟁 또는 비교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협동조합에서 나타나는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지만 협동조합 간의 협동은 이타적 행동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스스로의 만족도가 높은 가운데 7원칙을 잘 지키는 조직이 훌륭한 협동조합이며 건강한 학교협동조합이 많이 만들어져야 내가 속한 협동조합도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만큼 우리 협동조합도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여건이 닿는 대로 타 협동조합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11월이 되니 일부 학교에서 탐방을 오고 싶다는 제안이 오기 시작했다. 또한 학교협동조합 운영 사례를 알리는 자리도 많아졌다. 모두가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타 협동조합을 돕는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의 과정이 남의 과정일 수는 없기에... 다만 함께 경청하고 공감하며 박수 쳐 주고 조언해 주는 조력자 역할을 할 뿐이다. 그래서 타 학교와의 만남이 이뤄졌을 때 서로 상이한 환경에 있고 주체별로 관점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여 자유롭게 대화하며 사례를 함께 나누는 자리를 각 주체별로 가진 다음, 다 같이 모여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정보를 교류하며 함께 하고 있다.

타 학교 교사간의 만남

타 학교 학부모간의 만남

타 학교 학생간의 만남

Ⅱ. 설립 후(2017년)

1. 1월 어느 날 날적이

협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물론 이사장, 담당 교사, 이사회, 분과장과 같은 리더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나 독단적이어서는 안 된다. 특히 협동조합의 리더는 민주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조합원들이 소외되지 않고 주체로 활동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과 상황에 따른 수용력을 갖춘 리더는 조직을 유연하게 하는데 나 자신이 합당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설립을 담당한 주체로써 최선을 다해 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면 좀 더 많은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쉴새없이 앞만 보고 추진했기에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 활동을 하고 싶으나 어떻게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소홀했으며 다가가지 못했다. 사실 이 부분은 혼자만의 열정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더불어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보다 많은 학부모님, 선생님들이 관심을 갖고 행복한 스토리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학교협동조합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그려볼 때다.

2. 학교협동조합에서 나는 사람(人)을 배웠다.

난 3월 1일자로 인근에 있는 수지고로 학교를 옮겼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배우며 감동하고 함께 해왔지만 헤어짐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의 자리가 비었을 때 누군가가 그 공간을 메우고 제 역할을 해야 건강한 조직이라 생각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암고 학교협동조합 구성원이 이 생각에 대해서 동의하고 있고 같은 공간에 없더라도 늘 함께 하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감사하고 싶은 사람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외람된 얘기이나 난 협동조합에 필요한 덕목을 잘 모르고 살았던 사람이다. 독창적인 작업을 좋아하는 편이라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에 민감하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협동조합 설립 과정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 덕에 나는 더불어 사는 행복과 지혜를 배웠다. 즉 사람(人)을 배운 것이다. 사람이 중심인 협동조합은 사람 때문에 힘을 얻기도 하고, 사람 때문에 힘들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3. 행복한 두레바우로 지속되기를 기대하며

새로운 학교에서 나는 또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이른 아침 커피 한잔과 부드러운 대화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이 참 행복하다. 출근과 동시에 일에 전념하던 내가 학교협동조합을 통하여 더불어 함께 하는 사람으로 거듭난 듯하다. 현암고 두레바우의 소식, 그리고 조합원들과의 만남은 아직도 삶의 활력소이다. 새 학년이 되어 학생들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정기총회를 준비하며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학부모님들은 새로운 조합원들과 함께 변함없는 열정과 사랑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 수익 구조도 안정궤도에 들어섰으며 따복에서 지원받은 예산은 학생 복지와 교육 프로그램 운영비로 알차게 쓰여지고 있다. 또한 지속적 운영을 위하여 예비 사회적기업에 공모하여 선정되는 경사도 있었다. 아무쪼록 두레바우가 따뜻한 사람이 있어 행복한 학교협동조합으로 지속되기를 기대하며 긴 글을 맺는다.

정기총회

사회적경제 투어

전국학교협동조합 '쿱 파티'

학교협동조합에서 나는 사람(人)을 배웠다

박인범 | 일반 부문

현암고등학교 박인범 선생님의 학교협동조합 설립부터 지속가능한 운영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는 글 입니다.

학교협동조합을 고민하는 모든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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